[토미] 나가노의 조용한 옛길의 마을 운노쥬쿠海野宿

마츠시로의 사나다보물관에서 사나다 노부유키의 특별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이게 되게 보고싶었어요. 전시기간이 끝나기 몇일전 시간을 내서 다녀오다가 東御토미시의 海野宿운노쥬쿠에 들렀습니다.
운노쥬쿠는 옛날 에도와 쿄토를 잇는 길 나카센도의 중간쯤에서 북쪽 니이가타방면으로 빠지는 北国街道홋코쿠가도의 읍참마을이었어요. 홋코쿠가도는 교역뿐만아니라 나가노의 젠코지善光寺로 가는 참배길이기도 했는데 젠코지는 일본의 불교의 루트인 모든 종파의 뿌리가되서 종파가 없는 유일한 사찰이기도 해요.
[나가노] 일본최고의 불상이 모셔진 善光寺 젠코지
長野나가노현은 크게 松本마츠모토지역과 長野나가노지역으로 나뉘는데 이 두 지역간의 프라이드가 꽤 쎄더라구요. 그래서 항상들 말하는게 마츠모토사람들이 마츠모토에는 마츠모토성(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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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많은 참배객들이 젠코지를 찾다가 들러서 쉬어가기도 했었어요. 그러다보니 에도시대때에는 상당히 번성하고 부유한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마을입구에는 강이 있었는데 천번을 꺽는다는 뜻의 치쿠마千曲강이에요. 이 강은 시나노강으로 더 많이 불리는데 나가노현에서만은 치쿠마강이라고 불러요.

이 근방에서 물줄기가 시작되어서 북쪽으로 흐르고 동해바다로 빠져나가는 강인데 일본에서 가장 긴 강으로 불리고 3대 수원중 하나라고해요.

마을입구에는 오래된 신사가 있었는데 白鳥시라토리신사라는 이름이었어요. 시라토리신사는 운노씨족의 씨족신을 모시는 신사이기도 하고 오래전 1100년경 원평합전때에도 등장하는 정말 오래된 신사에요. 이 운노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운노씨들 지역이기도 한데요. 운노씨는 왕족의 일족이었고 이곳에 와서 이 근방의 토호세력의 씨족이 되었어요. 유명한 사나다가문도 운노씨의 일족이었구요.

운노쥬쿠 명물 쿠루미소바... 이곳은 호두가 옛날부터 유명했어요. 그리고 메밀의 산지라 소바도 유명했구요. 그러다보니 호두소바가 당연히(?) 명물이 되었죠 ㅋㅋ 아 면에 호두가 들어간게 아니라 그냥 자루소바먹듯 먹는건데 호두가루를 같이 줘요. 호두가루를 츠유국물에 넣고 먹는 방식이에요. 첨엔 괴식이 아닌가 싶었는데 호두의 고소함이 오래 남아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마을이 정말 깨끗하고 보존이 잘되어 있었어요. 길도 넓구요. 무엇보다 관광객시설들은 안보이고 대부분 생활하시는 가옥들이었어요. 길도 넓고 정말 간혹 지나가는 차들만 빼면 옛날 그대로 생활하시는거 같았어요.
다들 차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요.

한 집에서 주차하시는걸 보니 다들 집에 안에다 차를 넣으시는 것 같았어요.
걷다보면 종이 하나씩 있었는데 불이나거나 무언가 큰일이 있을때 울리는 방재종이었어요.

스피커로 울리는게 아니라 종을 친다는게 보기도 운치가 있었어요. 전선들도 다 지하에 넣어서 경관도 훌륭했구요.


목조가옥부터 창고(쿠라), 그리고 상점가옥, 양잠가옥들 등등 다양한 가옥들이 있어서 옛날엔 번성했었다는것도 알 수 있었고 보는 재미도 컸어요.
지붕위에 지붕이 또 올라온 형태가 양잠가옥이에요.

양잠가옥은 1층에서 생활을 하고 2층에서 양잠을 하기 때문에 2층 지붕이 높고 그 위에 환기구로 쓰는 지붕이 또 올라오게 되어있어요. 양잠은 에도시대때 큰 현금 수입원이었어요. 그래서 양잠가옥이 많은 마을은 부자마을이었구요.

또 읍참마을은 교역의 거점이기도 했으니 정말 번성했던 읍참마을이었단 얘기가 진짜같아요. 홋코쿠가도의 읍참마을들을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지금도 생활을 하시는 건물들이 많은거 같아요. 아마 덜 관광지화된 곳들이라 그런거 같은데 그래서 더 묘미가 있는거 같아요.
다양한 가옥들도 특징적이지만 집들마다 우다츠가 있는게 옛날 가옥들이 정말 충실하게 보존되어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우다츠는 집과 집사이에 세우는 일종의 방화벽이에요.


목조집이 붙어있다보니 화재가 제일 걱정인데 불이나도 옆집에서 옮겨붙지 않게 또 옮겨가지 않도록 세우는 벽이에요. 그리고 저 벽이 얼마나 화려하고 높냐에 따라 그 집의 재력(?)을 알리는 과시용이기도 했구요 ㅎ

간혹 지나가는 차들이 방해를 했지만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듯 조용한 마을이었어요. 그리고 다양한 집들과 깨끗하고 넓은 길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나오면서 정말 좋은 곳을 발견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계절이 바뀔때 또 다른 풍경을 보러 오고 싶어지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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