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불편한 도시들의 공통점

언젠가 후배랑 차를 타고 가다가 후배가 인터넷에서 봤다며 일본의 불편한 도시의 공통점은 뭐일거 같냐고 물었어요. 전 신칸센이 안서는 거 아니냐고 하자 후배는 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땐 성이 있으면 폼도 나고 좋잖냐 했었죠. 마을 중심에 성이 있어서 개발하기 불편했나라든가하고 생각했죠. 실제로 성터안은 관공서나 학교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어느날인가 차로 좁을 길을 다니면서 궁시렁거리다가 아... 성이 있는 도시가 불편하다는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ㅋ 먼저 옛날 토쿄의 지도를 보면요...

예전 에도성을 중심으로 물길을 이용한 해자가 크게 둘러 싸고 있고 길들이 촘촘히 나있어요. 기본적으로 성의 역할은 방어고, 방어를 할려면 적들이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해야하겠죠. 그러니 길을 돌려서 만들어 놓고 길과 길은 엇갈리게 만들고, 또 저렇게 해자로 구역을 분할해서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놨던거에요. 근대화가 되어도 구도시지역들의 경우, 풍경을 바뀌어도 길은 크게 바뀌지 않아 그 방어용 길들이 많이 남게 되어버렸어요. 그나마 해자의 경우는 위를 덮어서 순환선을 만들었어요. 토쿄를 빙둘러 쌓는 순환선 環状八号線=환상칠호선(줄여서 칸나나), 環状七号線=환상팔호선(줄여서 칸파치)도 예전 해자위에 길을 만든 것이거든요. 카나가와나 치바사람들이 토쿄는 길이 복잡하고 좁아서 운전하기 불편하단 얘기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구요.

 

제가 일본의 성중에 제일 아름다운 성으로 꼽는 松本城마츠모토성이 있는 나가노현 마츠모토시의 경우 교통에서 불편한 일들이 많이 생겨서 아예 松本走り마츠모토바시리=마츠모토주행이란 말이 생겨버렸어요.

마츠모토시는 성을 중심으로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어서 예전 성이었던 지역이 마츠모토의 대부분 중심가가 되었어요. 옛날 지도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해자안에 성하마을이 있는 구조에요. 그런데 예전 마츠모토성에 대한 포스팅에도 쓴적이 있는데 마츠모토성 자체는 방어에 상당히 취약한 성입니다.

 

[마츠모토] 국보 松本城 마츠모토성

그래서 마을 전체가 성 안으로 들어간 형태가 되어있어요. 지금은 해자가 메꿔지긴 했지만 마을 구획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문제는 해자를 넘는 각 통로입니다. 馬出우마다시라고 쓰인 곳, 그리고 아래 오오테문쪽에 枡形마스가타라고 쓰인 곳이에요. 이 두 장치(?)는 적이 직진으로 성을 향해 오지 못하게 방향을 꺽게 해서 꺽는 동안 끼어있는 상황을 만든후 문 위에서 일제히 사격을 해서 적을 막는 목적으로 만들어진거에요. 이 부분이 지금도 그대로 길이 되어버려서 차들은 비보호로 우회전을 해야하거나 일방통행으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이 생겨버렸어요. 그래서 이게 너무 귀찮아서 신호위반, 차선위반을 하게되는걸 松本走り마츠모토주행이라고 불러요.

 

이런 의미에서 불편한 도시에 공통점은 성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요ㅋ

 

아 근데, 토쿄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복잡한 길이 어딘가 하면 하라주쿠 주변이었다고 해요.

 

실제로 하라주쿠주변은 길이 좁고 일방통행이 많아 차로 들어가면 무슨 퍼즐게임같이 되버리죠 ㅋㅋ

 

徳川家康토쿠가와 이에야스는 伊賀衆이가슈라는 이가닌자들을 수하에 두었어요. 지명 한조몬半蔵門의 유래가 되었고 유명한 닌자로 알려진 服部半蔵핫토리한조도 이가출신이고요. 원래 이가는 三重미에현 북부지역인데요. 이에야스가 에도로 오면서 이가닌자들도 옮겨왔고 그들이 살곳으로 준 땅이 지금의 하라주쿠에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 지명으로 隠田온덴이기도 했구요. 숨은 밭이란 이름이 닌자들과 어울리기도 하죠ㅋ 그래서 이 닌자들은 정보업무를 위해 마을을 적이 못들어오게, 들어와도 못나오게 복잡한 구조로 만들었었데요. 그게 남아 있어서 지금의 하라주쿠 안쪽의 길이 경차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복잡한 길이 되었다고해요.

 

이렇게 성주변은 복잡한 길인데 이 성이 도시의 중심지가 되어서 여러 주요시설들이 자리잡게 되니 많은 혼잡이 생기는거 같아요 ㅋㅋㅋ 성은 그 지역의 관광자원이기도 하니 참아야하겠지만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