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의 후손이 세운 서경, 동경보다 서경 야마구치
야마구치현은 일본 혼슈의 가장 서쪽, 큐슈와 맞닿은 곳입니다. 시모노세키가 있고 부산에서 부관페리가 다니는 곳이기도 하죠. 토쿄에서는 큐슈나 홋카이도 보다 멀게 느껴지는데요. 비행기로 갈 거리지만 비행기도 별 없고 그렇다고 신칸센으로 가자니 해외여행갈 교통비와 비슷하구요 ㅋㅋ 아 물론 그만큼 노력해서 갈만큼 매력이 없는 것도 있지만요 ㅋ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은 추억들만 있고 또 만난 사람들도 모두다 좋은 분들이었어요.
몇년전에 야마구치시에 출장으로 4일 머문적이 있어요.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단체로 등교하던 초등학생들이 오하요고자이마스! 하고 인사를 하더군요. 전 순간 뒤를 봤는데 저한테 한 인사였어요. 토쿄쪽에선 그런 일이 없고 전 오히려 동네 초등학생들이 자꾸 차를 만지고 그래서 오히려 사이가 안좋았거든요 ㅋㅋ 4일간 매일요. 물론 그후론 저도 익숙해져서 같이 인사해주고 그랬는데 아침에 그게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출장 이틀째인가 구두가 깨져서 걸어가기도 그렇고 잠깐 쉴겸 밥먹을 겸 들어간 타코야끼가게가 있었는데 그곳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출장와서 구두가 깨지고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할머니가 슬리퍼를 빌려주셨어요. 새구두를 사고 그게 고마워서 3일간 내내 갔었죠. 4일 내내 갈려고했는데 할머니가 쉬는 날이라고 이왕온거 맛있는거 먹으라시면서 가게들도 가르켜주셨구요. 작년에 갔을때 그 가게를 찾았는데 없어져있어서 아쉬웠었습니다.
나고야의 한 콘서트를 갔을때 아까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탄 사람이라 얘기를 좀했는데 그날 저녁에 또 우연히 만나 함께 식사를 했었어요. 야마구치에서 왔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되게 착한 분이었어요. 가끔 문자를 주고 받기도 하고 제가 차로 그쪽을 지나갈때 휴게소에서 보자고 하시더니 당시는 구하기 어렵던 야마구치의 청주 닷사이를 한병 주셨어요. 이게 정말 맛있었는데 그후 제일 좋아하는 술이 닷사이가 되었고 요몇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서 닷사이를 한잔할때면 야마구치 생각도 나고 그러더군요.
금년에 다시 찾았을때 차로 갔었는데 차에 문제가 생겼어요. 중간에 시코쿠에서 이곳에서 자주가는 오토박스라는 수리점에 들렀는데 이상한 얘기만하고 그래서 이와쿠니에 도착하자마자 딜러에게 갔는데 영업시간이 끝날때라 셔터를 내리고 있더군요. 마이크타이슨 닮은 험악한 얼굴의 정비사분이 무슨일이냐고 하시길레 차 얘길하니 그럼 한 30분만있다 오라면서 봐주신다고 하더군요. 30분 도로변에 앉아서 저녁놀을 보며 아.. 이런 아름다운 배경을 보면서 왜 이런 일이 하고 푸념하고 있었죠. 다시가니 정비사분이 타이어의 문제라면서 미션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시면서 제가 좀 특이한 타이어를 써서 이거 구할려면 이틀정도 걸리고 자기네들은 딜러라 가격이 비싸니 전문타이어점에 가서 사는게 싸고 빨리 될거라고 하셨어요. 아직 영업하니까 가보라시면서 가게도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대금은 어떻게 할까요 했더니 환하게 웃으시면 그냥 본거뿐이니 대금은 됬다고 여행이나 잘마무리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차안에 있던 캔커피 두개를 드리고 정말 감사하다고 했어요. 늦은시간인데 챙겨주시고 차뺄때 멀리 나와서 유도까지 해주셨죠. 그분이 타이어 가게를 알아보실때 휴대폰 배경을 보니 귀여운 따님의 사진을 쓰고 있었는데 아 정말 험학한 얼굴이라고 쫀게 되게 미안하더라고요 ㅋㅋㅋ
호텔의 종업원분, 미치노에키의 아줌마, 강변에서 이와쿠니초밥을 파시던 할머니, 오래된 드라이브인의 주방장아저씨 제가 야마구치에서 작은 친절을 받은 분들 모두 소박하고 좋은 분들이라 기억속에 오래오래 남더라고요.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 야마구치이기도 한데요. 또 그래서 찾을때마다 또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요.
몇년전에 타코야끼집에 가는날 신호를 기다리는데 옆 건물에 붙어있던 글이 눈에 들어왔어요. 오오우치문화와 야마구치.
오오우치 요시히로와 오중탑
25세에 25대 당주가된 요시히로는 무장으로써 활약이 뛰어났고 또 백제왕의 후손이라며 조선과의 무역에 의해 경제력도 견고하게 했지만 막부 아시카가 요시미츠에 반발해 센슈사카이(오사카남쪽)에서 전사했다. 루리코지의 오중탑은 요시히로를 그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백제왕의 후손이란 말이 눈에 들어와 그후 오오우치가문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어요. 당시엔 그저 전국시대에 너무 뛰어난 부하가 모반을 일으켜 망한 가문이라고만 알고 있었거든요. 오오우치씨는 백제의 성왕의 세번째 왕자 임성태자가 시조라고해요. 보통 일본의 이런 대명은 뭔가 깨우친자들이신전을 개발하고 신문화를 활용해 세력화된후 호족이 되어 원평합전에서 미나모토편을 들어 남북조때 지방 대명으로 임명받아 각각 전국시대의 대명으로 이어지는 경우인데 오오우치씨도 이런 차례로 지방의 대명이 되었습니다. 당시 백제의 철기를 무기로 주변을 평정했던거 같아요. 임성태자에게 철기얘기가 나와서 너무 강력해 도깨비라고 전설화되었던 키노죠(https://zlab.jp/641) 얘기가 떠올랐어요.
오오우치가문은 대대로 한반도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지고 무역을 통해 축적한 경제력으로 강력한 영주가 되었고 또 한반도와 중국과 문화를 교류하며 일본에서 문화적으로 앞서갔다고해요. 그래서 그때 야마구치는 수도인 쿄토의 서쪽에 있는 쿄토라고 불려 서경=さいきょう西京이라고 불렸다고해요. 그래서 야마구치의 상징이면서 국보인 루리코지의 오층탑도 왠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고 하죠. 지금의 동경보다 훨씬 오래전에 서경이란 칭호로 불렸던 만큼 옛날엔 일본에서 비중이 큰 곳이었어요.
그러다 스에 하루카타 모반으로 당시 당주였던 오오우치 요시타카가 자해하고 요시나가를 꼭두각시 당주로 세웠지만 모우리 모토나리에게 이츠쿠시마 합전에서 대군을 잃고 오오우치가문은 멸망하게 됩니다. 공교롭게 세키가하라합전이후 모우리가문이 이곳을 지배하게 되는데 이곳분들은 지금도 자기네들의 영주는 모우리가 아닌 오오우치라고들 해요. 이토 히로부미나 막말시대 정한론자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던 쵸슈번이란게 불편한 사실이기도 한데요. 과거 한반도에서 왔고 한반도와의 교류에 힘써왔던 오오우치가문의 땅이라 더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백제왕의 후손인 오오우치가문과 오오우치가문이 서쪽의 수도라 불릴정도로 문화적 경제적으로 발전시킨 거에 대해 야마구치 사람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이를 야마구치의 오오우치문화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구요.
아, 야마구치출신 친구에게 초등학생꼬마들이 인사한 얘기를 하니 학교에서 다 그렇게 교육을 시킨다고 해요.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면 인사한 사람도 받은 사람도 모두 기분이 좋아져 즐거운 하루가 된다며 선생님들이 그렇게 가르켰다고 합니다.
신칸센이 토쿠야마역과 시모노세키에만 서서 하기같은 곳은 둘러보기가 어렵지만 세토우치와 접해있고 현해탄의 쿠로시오가 흘러 생선들도 맛있어요. 또 우리처럼 소뼈로 국물을 내는 요리도 있죠. 하기도 아름답고 이와쿠니의 킨타이쿄도 정말 아름다워요. 비록 스타벅스도 거의 없고 번화한 곳도 토쿠야마역앞외엔 없는 소박한 곳이지만 여러 매력들이 있는 곳이에요. 출장으로 가는 길에 100명성스탬프찍는다고 미친듯한 일정으로 다녔지만 이곳에선 아무 일정도 안넣었었어요. 그냥 이곳에 아무생각없이 있고 싶었거든요. 제 포스팅중 야마구치현을 한번 봐주세요. 가보고싶은 곳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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